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최종보고회를 마치며-시선이 가 닿지 않은 자리,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최종보고회가 2013년 10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습니다. 이 보고회는 ‘이주민과 함께’가 국가인권위원회 용역을 받아 6개월 동안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제도적 개선안을 제시한 후 전문가들의 조언과 의견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실태조사팀에는 연구자, 현장활동가, 공익변호사 등 8명이 함께 했고, ‘이주민과 함께’에서는 이주와 인권연구소 이한숙, 김사강, 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김소령이 참여했습니다. 실태조사팀은 강원부터 경남까지 일주일간의 전국 현장 조사 후, 네비게이션도 찾아내지 못하는 전국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를 한 곳 한 곳 찾아다니며 161부의 설문지를 받고, 16명을 심층면접하고, 7회의 그룹인터뷰를 하고, 고용주들을 만나고, 농민회, 농협, 고용노동부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 인터뷰하고, 공부하고, 토론하며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실태는 암담했습니다. 근로시간, 휴일, 휴게에 대한 근로기준법 조항 적용제외, 유독 농축산어업에서만 5인 미만 비법인 사업장의 산재보험 가입 예외, 고용보험 가입 예외 등 제도적 허점의 활용 내지 악용에 의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힘겹게 현재를 버티고 있었습니다.

한 달에 평균 휴일 이틀. 월 28일 이상 매일 10시간 이상씩 월평균 284시간 노동. 1/3이 월 300시간 이상 일하는데 월평균임금은 127만원. 그 임금조차 체불되기 일쑤.

힘든 노동으로 지친 몸을 추스르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숙소와 식사.

숙소의 67.7%는 컨테이너나 패널집.

분뇨 수거를 하지 않아 넘쳐 흐르는 화장실, 에어컨이 없어 숨 막히는 여름, 열풍기 하나, 전기장판 하나로 떨면서 보내는 겨울.

식사를 제공받는 경우는 영양이 부족하고 매워서 먹을 수가 없고, 직접 해 먹으려니 시간이 없고 가게도 없어서 라면과 냉동식품으로 간신히 메우는 허기.

다른 농장이나 사업장에 보내져 일한 적이 있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는 60.9%.

인근 농장이나 친인척에게 노동자를 빌려주고, 유령회사를 만들어 추가로 노동자를 배정받고, 건설업이나 제조업에 보내 일을 시키면서 여전히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전문브로커가 셀 수 없이 많은 농장에 노동자를 파는 노동력의 불법공급이 일상화되는 동안,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임금이 체불되어도, 산재와 폭행을 당해도 노동자는 내 사장님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각종 농기계, 농약, 일사병과 열사병, 근골격계 질환, 돼지에게 치이고 쥐에게 물리는 등 다양하고 빈번한 산재. 그런데 장갑, 장화조차 노동자가 사서 쓰고, 산재치료비는 월급에 공제하는 것이 관행이고, 아파도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아서, 병원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건강보험이 없으니 병원비 부담 때문에, 고용주가 보내주지 않아서 병원에 가지 못한 노동자가 다수입니다.

고용주들은 이주노동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을 시키는데, 노동자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고, 그만큼 일을 해낼 수도 없는데 무시와 차별이 만연하니 폭언과 추방 협박은 일상적이고, 때로는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농축산업 여성 이주노동자는 그 비율이 30% 이상인데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은 남성보다 10만원이 적고, 고립된 지역의 허술한 숙소에서 일상적인 성폭력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유일한 탈출구는 사업장을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1년 9개월 동안 농장을 옮기지 않고 일하고 있는 49.7% 중 현재 농장에 만족해서 옮기지 않았다는 사람은 단 6명이었습니다. 나머지는 고용주가 반대해서, 방법을 몰라서 옮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업장을 옮긴 노동자의 10%는 고용주에게 평균 64만원의 돈을 주고 사업장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이런 환경에서 참고 일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실태조사 보고서에 근거해 관계기관들에게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인권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권고를 낼 것입니다. 그리고 수치와 말로는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없는 절박한 현실을 목격한 또 다른 사람들은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꿔 보려고 또 다른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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