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과 테러를 조장하는 정부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졸지에 IS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열흘 뒤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집회를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테러’로 규정하더니 집회 참가자들이 마스크나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것을 IS 테레리스트에 비유하며 복면 시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복면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새누리당은 바로 다음 날 집회‧시위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참 잠잠하던 ‘테러방지법’ 제정 주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1월 13일 발생한 파리 테러를 계기로 대통령과 여당이 테러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하기 위해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종북으로 모는 것도 모자라 테러리스트로 몰고 있는 현 정부 하에서 테러방지법이 국민을 위험에서 지키기보다는 국민을 위협하고 옥좨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미 테러방지법 없이도 테러리스트로 매도되어 감시와 구속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무슬림 이주민들이다.

11월 18일, 경찰은 국내에 체류 중이던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를 테러단체를 추종한 혐의로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그가 테러단체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으며, 그의 집에서 장난감 총과 칼, 코란이 발견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그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같은 날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테러 대응책 긴급 현안보고를 하면서 인도적 체류자격을 얻어 국내에 체류 중인 시리아인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모는 발언을 했다. 두 사건 이후, 테러방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경찰이 이슬람 사원을 방문해 무슬림 이주민들에게 수염을 기르고 다니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 10월 유엔 자유권 위원회는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 계류 중인 다섯 개의 테러방지 관련법안에 대해 테러행위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해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법안의 입법과 집행이 자유권 규약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고 차별금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유엔 인권관련 위원회의 권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현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테러(terror)’의 사전적 정의는 ‘두려움, 공포’이다. 지금 우리를 테러로, 두려움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복면을 쓴 시위참가자도 수염을 기른 무슬림 이주민도 아닌 현 정부이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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