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이주노동자 이야기 1 : 최저임금조차 차별받는 20톤 이상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E-10-2)

발행일 : 2020년 9월

발행처 :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는 이번달부터 시작해 매월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지방해양수산청 근로감독관, 수협 관계자 등에게 ‘선원이주노동자 이야기’를 편지로 보냅니다.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외국인선원, 외국인어선원, 이주어선원, 선원이주노동자, 어업이주노동자 등 다양하게 불리우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선원이주노동자’로 통일해 사용하자고 합니다. ‘선원이주노동자’는 어디에서 일하는가에 따라 근거법률 등이 다르게 적용되는데, ①원양어선 ②20톤이상 연근해어선 ③20톤미만 연근해어선의 3종류로 구분됩니다. ‘선원이주노동자 이야기’는 이 3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매월 1회, 하나의 주제씩 다루어 나갈 것입니다.

1.

최저임금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들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제3조 ②항에 의거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20톤이상 선박에서 일하는 선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저임금법 제3조 【적용범위】 ①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사업’이라 한다)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의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과 가사사용인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이 법은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원과 선원을 사용하는 선박의 소유자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20톤이상 선박에서 일하는 선원의 최저임금은 육상과는 다르게 결정된다. 육상의 최저임금이 노・사・공익대표 각 9명씩으로 구성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의 고시로 결정되어지는데 반해, 선원의 최저임금은 선원법 제59조에 의거 해양수산부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해양수산부 장관의 고시로 결정되어진다.

선원법 제59조 【최저임금】 해양수산부 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선원의 임금 최저액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자문을 하여야 한다.

20톤이상 선박에서 일하는 선원의 최저임금은 ‘해상의 열악한 작업여건 등을 고려’하여 매년 육상노동자의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되어 왔다. 2020년 육상 최저임금과 선원의 최저임금은 다음과 같다.

육상에서 결정된 최저임금은 정주(한국인)노동자・이주노동자 차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하기에 육상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물론이거니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20톤미만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E-9-4 비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근로기준법에서는 ‘국적’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20톤이상 연근해어선에 적용되는 선원의 최저임금은 ‘한국인선원’들에게만 적용되고 선원이주노동자(E-10-2 비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2020년 한국인선원과 선원이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다음과 같다. 2020년 선원이주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한국인선원의 최저임금과는 약 50만원(492,462원)의 차이가 나고 한국인선원의 77.8%에 불과하다.

이는 2020년만의 상황이 아니다. 20톤이상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 제도(E-10-2)가 재정비되어 시행된 2007년이후 현재까지 14년동안 줄곧 지속되어온 일이다.

어떻게 이런 차별이 가능할까?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라고 만들어진 최저임금일진대, 그 최저수준조차 한국인선원과 선원이주노동자간 차별를 두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육상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2.

첫째, 선원법 제59조 【최저임금】에서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원의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정하는 최저임금은 ‘선원’의 최저임금이다. ‘한국인선원’과 ‘선원이주노동자’를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해양수산부 장관은 매년 한국인 선원의 최저임금만을 정해 고시하고 있다. 명백한 선원법 위반이다.

둘째, 해양수산부 장관은 매년 선원최저임금 고시에서 선원이주노동자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적용의 특례’ 조항을 두어 “외국인선원의 경우 해당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단체간에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음”이라 고시해 왔다. 이에 의거 선원노동단체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과 선박소유자단체인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수협중앙회)’의 단체협약으로 선원이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별도로 결정되어져 온 것이다.

그러나 선원법에는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 그 어디에도 “위임”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 그렇다면 법령의 위임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역시 명백한 선원법 위반이다.

셋째,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시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자문’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마도 해양수산부에서 구성해 운영하는 ‘정책자문위원회’의 자문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원법에 이렇게 규정하고 있음에도 해양수산부 장관은 자문위원회가 아니라, 고시를 통해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단체간에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역시 선원법 위반이 명백하다.

(물론 선원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사안이 자문위원회에서 다루어질수는 있는데, 선원노사단체간에 이미 결정된 내용을 자문위원회에서 다룬다면 이는 자문이 아니라 통보・보고가 될 뿐이다. 자문위원회는 최저임금과 관련 그 어떠한 자문도 할 수가 없게 된다. 선원법 자체가 유명무실화 되어버리는 것이다.)

넷째, 해양수산부 장관은 매년 한국인선원보다 낮게 책정되는 선원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해 왔다. 이는 육상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다고 했는데,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원법은 예외인가? 아니다. 선원법에서도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기에 국적에 따른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선원이주노동자에게 차별적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계속 이어지는 선원법 위반이다.

이에대해 선원이주노동자의 경우 “한국인 선원과는 달리 선박소유자가 제공하는 숙식을 제공받아 생활하고 임금은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등 국내에 생활의 근거를 가지기 보다는 자국에 생활의 근거를 가진다는 이유를 들며 차별의 정당성”이 주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선원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한국에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무시한 주장이라 하겠다. 이 주장대로라면 기숙사를 제공받고 있는 육상의 이주노동자나 20톤미만 연근해어업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차별적인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그러하지 않고 있음에도 20톤이상 연근해어업 선원이주노동자들에게만 차별적인 처우가 자행되고 있다.

3.

20톤이상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선원이주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차별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선원노동단체인 선원노련과 선박소유자단체인 수협중앙회는 2018년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현재 이 합의에 의해 선원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이 적용중이다. (선원이주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곧 ‘최고임금’이기도 하다.)

2019년2020년2021년
육상근로자 최저임금의 93.5% 수준육상근로자 최저임금의 96% 수준육상근로자 최저임금의 100%
육상 최저임금(209시간) 1,745,150원육상 최저임금(209시간) 1,795,310원육상 최저임금(209시간) 1,822,480원
선원이주노동자 최저임금 1,631,715원선원이주노동자 최저임금 1,723,498원선원이주노동자 최저임금 1,822,480원

2020년을 보면 육상의 ‘최저임금 시급 8,590원×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1,795,310원’의 96%인 1,723,498원이다. 2021년부터는 육상의 월 최저임금과 같게 된다.

그러나 이는 또하나의 꼼수에 불과하다.

육상의 월 최저임금 산정에 있어 주요한 내용은 최저시급과 함께 ‘월 소정근로시간’이다.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은 1일 8시간・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주휴수당분 8시간을 포함한 주 48시간에 월평균 주일수를 곱해 산정된 것이다. 즉, (주 40시간+주휴 8시간)×월 4.345주≒208.56시간=209시간으로, 1일 8시간・1주 40시간 근무에 1일의 유급 주휴일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육상 최저임금과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하면 20톤이상 선원이주노동자들의 노동시간도 이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위 선원노련과 수협중앙회의 최저임금 합의에는 노동시간에 대한 그 어떠한 언급도 없다. 노동시간에 대한 언급없이 단지 육상 최저임금과 동일하게 했다는 착시효과를 일으켜 선원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 차별에 대한 비판을 무마시키기 위한 꼼수에 불과함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해상의 열악한 작업여건 등을 고려’하여 한국인선원의 최저임금은 육상노동자의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되어 왔다. 그렇다면 선원이주노동자들에게는 ‘해상의 열악한 작업여건’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지금으로부터 8년전인 2012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해양수산부에 “최저임금을 내국인 선원과 달리 노사합의로 정하도록 한 현행 고시를 개정하여 임금차별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2013년 4월 “연근해어선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은 국내선원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회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회신은 8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조차 차별을 계속하고 있는 해양수산부, 그 실행기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선원노사단체….

정녕 부끄럽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