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이주아동 정책 – 휴라이츠 오사카 활동가들과의 대담

2019년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 소속 활동가들과 함께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 일본의 이주아동 보육 현장을 둘러보고 관련 정책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휴라이츠 오사카(Hurights Osaka)의 노부키 후지모토 선생님, 박군애 선생님과 함께 했던 일본의 이주아동 정책 대담회는 한국의 이주아동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 시간이었습니다. 여기에서는 그 대담회의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이주아동의 출생등록

질의: 한국은 외국인이 자녀를 낳으면 한국의 공공기관이 아니라 본국 대사관에 출생등록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대사관이 없거나, 있어도 대사관 접근이 어려운 난민 또는 미등록 체류자는 자녀의 출생등록을 하지 못해 아동들이 사실상 무국적자가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일본의 경우, 일본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는 어떻게 출생등록을 하는가? 미등록 체류자의 자녀는 어떠한가?

응답: 부모 모두가 외국 국적자이면서 정규 체류(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경우, 자녀 출생 14일 이내에 주소지 관할 시·군·정·촌 관공서에 자녀의 출생을 신고해야 한다. 출생신고가 된 아동은 주민표에 게재되는데, 출생 후 30일 이내에 출국하려는 경우 별도의 재류자격(비자)이 필요 없고, 30일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본에 체류하려는 경우에는 재류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일본은 2012년 외국인등록이 폐지되었다. 그 뒤로는 일본 국적이거나 외국 국적이거나 모두 주민등록을 하도록 바뀌었다. 주민등록에는 국적이 표기되어, 국적 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미등록 체류자의 경우는 관할 관공서에 주민등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본국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난민신청자는 대사관에 가기 어렵고, 미등록 체류자는 강제퇴거 될까 두려워서 출생신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 경우 아동들이 무국적 상태가 된다.

2. 보육료 지원과 아동수당

질의: 한국은 외국인에게는 보육료 지원이나 아동수당 지급을 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외국인도 보육료 지원, 아동 수당을 받을 수 있는가? 미등록 체류자의 경우는 어떠한가?

응답: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외국적 아동도 지원 대상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일본의 특별한 역사, 다시 말해 식민지 출신자인 재일코리안들이 스스로의 권리 증진을 위해 투쟁해온 역사를 알아야 한다. 1970년대 말 일본정부가 난민협약 비준을 준비하면서(일본은 1982년 난민협약 채택), 난민에게는 일본 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사회보장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오랫동안 일본에 거주해왔던 재일코리안에게는 아무런 사회보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당시 재일코리안들은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을 활발히 전개했고, 이에 대해 일본 시민운동도 공감하면서, 재일코리안을 비롯한 장기체류 외국인들도 어느 정도 사회복지와 사회보장의 권리를 보장받게 되었다.
현재 중학교 졸업(만 15세)까지 지원되는 아동수당의 경우, 외국 국적자도 정규 체류자라면 받을 수 있다. 외국 국적 아동이 주민등록을 한 지자체는 해당 가정에 아동신청 수당신청서를 발송하는데, 부모가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아동수당은 3세까지 월 15,000엔, 4세부터 15세까지 월 10,000엔씩 지급된다. 다만, 아주 고소득자(연봉 1억원 정도)는 아동수당 지급에서 제외된다.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은 자녀가 18세 되기 전 3월 31일까지 아동부양수당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아동부양수당도 등록한 외국인이라면 지급받을 수 있다. 보육비 지원은 가구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이것 역시 외국 국적자도 받을 수 있다.

3. 건강보험제도

질의: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직장가입과 지역가입으로 나뉘며, 오는 7월부터는 외국인도 반드시 둘 중 하나의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지역 가입의 경우 한국인보다 높은 보험료를 내야하고, 아동이라고 보험료를 경감해주거나 면제해주지도 않는다. 일본의 건강보험제도는 어떠한가? 외국인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가? 그리고 외국인도 내국인도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가? 아동의 경우는 어떠한가?

응답: 일본의 건강보험제도는 피용자보험(한국의 건강보험 직장가입)과 국민건강보험(한국의 건강보험 지역가입)으로 나뉜다. 외국인 중 3개월 이상 중장기체류자는 반드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보험료 책정 기준에 내외국인 차별은 없다.
피용자보험의 경우, 미등록 체류자도 가입 요건만 충족시키면 가입되는 경우가 있다. 사회보험청은 불법취로자(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피보험 자격이 없다는 견해를 표명한 바 있지만, 고용주가 이주노동자를 피용자보험에 가입 신청할 때, 국적이나 체류자격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미등록 체류자도 피보험자격을 얻게 되는 사례가 다수 있다.
최근 외국인 건강보험에 대해 법무성과 후생노동성이 부정사용에 대한 과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물론 일본인에 비해 외국인이 부정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이런 우려 탓인지, 최근 병의원 등에서 외국인에게만 보건증명서와 사진이 부착된 재류카드 확인을 요청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4. 생활보호제도

질의: 일본의 생활보호제도(한국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외국인도 대상에 포함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 이주아동들이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 혜택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응답: 생활보호제도는 관련 법률에 외국인이 된다, 안 된다는 규정이 없는데, 외국인도 준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체류자격이 다 되는 것은 아니고, 법무성 성령(省令)에 생활보호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체류자격이 언급되어 있다. 특별영주자, 영주자, 영주자의 배우자, 일본인의 배우자, 정주자(일계인, 일본인과 결혼했다가 이혼해서 일본 국적의 자녀를 키우는 사람, 법무성이 인정한 중장기 체류자 등)가 여기에 해당한다.
단, 생활보호대상자 결정에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생활보호 신청을 했는데, 심사를 통해 안 된다는 판단을 받았을 때, 일본인의 경우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외국인은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5. 아동보호

질의: 이주아동도 부모가 사망하거나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우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가? 그 경우 내국인 아동과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

응답: 일본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이고 협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아동권리협약의 원칙에 의거해 국적에 따라 아동을 차별하는 것은 없다. 따라서 학대피해 이주아동도 일본 국적 아동과 동일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외국 국적 아동이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해 있는 경우, 일본 국적 아동과 똑같은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이것이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어 지원을 받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현재 일본에는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외국 국적 아동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시설들에 일본 국적 아동만 있다는 전제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후생노동청도 외국 국적 아동의 시설보호와 관련된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6. 이주아동의 교육권

질의: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은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지만 의무교육 대상은 아니며, 대학 진학은 불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권은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응답: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국 국적 아동의 부모에게는 취학 의무가 없다. 그래서 의무교육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외국 국적의 아동도 학교에 다닐 수 있다. 문부과학성은 외국 국적자도 원하는 경우 일본 국민과 동일하게 공립학교에서 무상교육 받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초·중학교는 무상교육이고, 고등학교는 학교의 판단(학교장 재량)에 따라 교육을 받는다.
미등록 체류 아동의 경우, 문부성은 우편물이나 청구서 같은 서류로 거주지 확인이 가능하면 입학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현장에서는 거주지 확인을 위해 체류카드를 확인하다가 비정규 체류자(미등록 체류자)임이 밝혀지면 입학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 대학의 경우, 체류자격이 없어도 아동이 입학 시험을 통과하고 개별 대학이 입학을 허가하면 다닐 수 있고, 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7. 재류특별허가

질의: 일본의 경우 미등록 이주아동이 법무성의 재류특별허가에 따라 체류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재류특별허가 부여의 기준이 무엇이며, 그렇게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아동은 이후 영주권 취득이나 귀화가 가능한가?

응답: 입관법(한국의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 대상이 된 외국인이라도 법무대신이 특별히 체류를 허가해야 할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면 재류특별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법무대신의 재량에 달려있다. 신청만으로 허가를 얻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 소송을 해야 한다.
최근에 페루 출신 오버스테이 고등학생 자매가 적발되어, 아이들과 어머니가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그 가족들이 현재 강제퇴거 명령 취소 및 재류특별허가 신청을 위해 소송 중인데, 재학 중이던 고교 교사들을 포함해 주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가족이 다 재류특별허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어머니는 퇴거되고 아이들만 남겨질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아이의 나이가 어리면 재류특별허가를 받지 못하고 가족 모두 퇴거되기 쉽다.
재류특별허가는 임시 체류자격이지만, 이후에 조건을 만족시키면 정주 체류자격으로 변경할 수 있다.

8. 이주아동을 위한 법률과 조례

질의: 일본에는 이주아동만을 위한 별도의 법률이나 조례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어떤 내용인가?

응답: 법률이나 조례가 별도로 있기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외국 국적 아동에게도 차별 없이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오사카시에서는 <어린이 응원조례>라는 것을 제정하려고 하고 있다. 빈곤가정 아동, 학대피해 아동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동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별도의 언급이 없더라도 이런 조례에는 당연히 외국 국적 아동도, 미등록 체류 아동도 포함된다.
물론 법률이나 중앙정부가 국적이나 체류자격에 따라 아동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는 존재한다. 하지만 일본은 중앙정부와 무관하게 지자체의 재량이 큰 편이다. 그렇다보니 외국 국적자이고 체류자격이 없더라도 생활보호나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장은 지자체 재량으로 인정해주기도 한다. 특히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도시는 현실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러분이 방문했던 오사카시의 보육원(어린이집)에서의 경우처럼 지자체에서 인도적인 사유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본인들도 생활이 어려운데 왜 외국인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반발이 헤이트 스피치 그룹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일반 대중 가운데 이런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2016년 헤이트스피치를 금지하는 법률이 만들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