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장벽 높아지고 차별은 심화된 개정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2018년 6월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재외국민 및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개선방안>이 여러 이주인권단체의 반대와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재고 권고에도 불구하고, 발표한 내용 그대로 법률과 고시의 개정을 거쳐 올해 1월 최종 확정되었다. 개정된 이주민 건강보험제도의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올해 7월 16일부터 아래의 체류자격을 소지하고 국내에 일정기간 이상 체류한 이주민은 직장 또는 지역 건강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D 체류자격문화예술(D-1), 유학(D-2), 산업연수(D-3), 일반연수(D-4),
취재(D-5), 종교(D-6), 주재(D-7), 기업투자(D-8), 무역
경영(D-9), 구직(D-10)
E 체류자격교수(E-1), 회화지도(E-2), 연구(E-3), 기술지도(E-4),
전문직업(E-5), 예술흥행(E-6), 특정활동(E-7),
비전문취업(E-9), 선원취업(E-10)
F 체류자격방문동거(F-1), 거주(F-2), 동반(F-3),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H 체류자격관광취업(H-1), 방문취업(H-2)
G 체류자격인도적 체류허가자(G-1-6), 인도적 체류허가자 가족(G-1-12)
한국 국적자재외국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 이후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건강보험료를 체납하는 이주민들에 대해 출입국 심사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불이익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미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은 출입국에 보험료 체납 등과 관련한 사실 확인에 관한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고, 출입국관리법은 법무부장관이 외국인 체류관련 각종 허가 심사 시 관계기관에 국민건강보험 체납 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곧 개정‧시행될 예정이다.

2) 지역가입 신청 시 필요한 국내 거주기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및 「장기체류 재외국민 및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기준」 고시가 시행되기 시작한 날을 기준으로, 2018년 12월 18일 전에 입국한 이주민은 입국일로부터 3개월, 2018년 12월 18일부터 2019년 1월 1일 사이에 입국한 이주민은 2019년 1월 1일부터 6개월, 2019년 1월 1일 이후 입국한 이주민은 입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야 지역가입자 자격을 얻게 된다. 단, 결혼이나 유학을 이유로 입국한 경우는 국내에 입국한 날부터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거주하다가 출국한 뒤 30일을 초과해 국외에 체류하다가 다시 국내에 입국한 이주민은 그 다시 입국한 날을 최초 입국일로 보고, 그 때부터 6개월이 경과해야 지역가입자 자격을 얻는다. 단, 종전에 지역가입자의 자격을 얻은 적이 있는 사람이 6개월 이내로 국외에 체류하다가 재입국하여 국외 체류기간 동안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는 재입국한 날부터 지역가입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3)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지역가입 허용

2018년까지는 기타(G-1)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될 수 없었으나, 2019년 1월 1일부터는 난민법에 따라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사람(G-1-6) 및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가족(G-1-12)의 경우 예외적으로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산재, 질병치료, 소송, 난민신청 등의 사유로 G-1 체류자격을 소지하고 있는 이주민은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4) 내국인과 동일한 지역가입 보험료 부과 대상 체류자격 축소

이주민의 지역가입 보험료는 기존에도 내국인과 다른 기준으로 산정되었다. 내국인은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해 부과하는 반면, 이주민의 경우 동일한 방법으로 산정한 보험료와 전년도 평균보험료를 비교해 둘 중 높은 금액을 보험료로 부과해왔다. 이에 따라, 아무리 소득이 낮고 재산이 적은 이주민도 2017년에는 전년도 평균보험료인 9만 6천여 원을, 2018년에는 10만 3천여원의 지역가입 보험료를 내야 했다. 그리고 이는 직장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이주민들이 지역가입을 부담스러워하는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다만, 2018년까지 이주민 가운데 방문동거(F-1), 거주(F-2), 영주(F-5), 결혼이민(F-6) 체류자격 소지자가 세대주인 세대의 지역가입 보험료는 예외적으로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산정‧부과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지역 세대 평균보험료는 96,000원이었는데, 세대주가 방문동거(F-1), 거주(F-2), 영주(F-5),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인 세대의 평균보험료는 각각 26,000원, 46,000원, 51,000원, 33,000원이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으로 2019년 1월 1일부터는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지역가입 보험료를 산정하는 체류자격이 영주(F-5)와 결혼이민(F-6)만으로 축소되었다. 그 결과 세대주가 영주권자나 결혼이민자가 아닌 이주민 세대는 2019년 기준 최소한 113,050원의 지역가입 보험료를 내야 하게 되었다.

5) 보험료 부과와 관련된 차별 유지 또는 강화

보험료 경감기준 차별

내국인은 거주지역, 연령, 장애 유무, 실직 유무, 그 밖의 생계 곤란 상황에 따라 직장 또는 지역보험료가 경감되고, 소득 및 재산이 없거나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미성년자의 경우 지역보험료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 그러나 이주민의 경우 특정 체류자격 소지자가 세대주인 경우에 한해 지역가입 보험료가 일부 경감되며, 미성년자에 대한 면제 규정도 없다. 개정된 고시에 따라 지역가입 보험료가 경감되는 이주민의 체류자격 및 경감비율은 아래와 같다.

보험료 경감 체류자격경감 비율
종교 (D-6)30%
거주(F-2) 중 난민인정자 30%
방문동거(F-1) 중 난민인정자의 가족30%
인도적 체류허가자(G-1-6) 및 그 가족 (G-1-12)30%
유학(D-2) 또는 일반연수(D-4)50%
재외국민 또는 재외동포(F-4)가 유학하는 경우50%

보험료 징수일 및 납부일의 차별

내국인 지역가입자는 가입자의 자격을 취득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부터 가입자의 자격을 잃은 날의 전날이 속하는 달까지 보험료를 징수하지만, 이주민 지역가입자는 가입자의 자격을 취득했다가 자격을 취득한 날이 속하는 달에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도 자격을 취득한 날이 속하는 달의 보험료를 부과하여 징수한다. 한편, 내국인 지역가입자는 그 달의 보험료를 다음 달 10일까지 납부하면 되지만, 이주민의 경우 그 달의 보험료를 그 달 25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보험료 체납자에 대한 보험급여 제한 차별

내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보험료를 체납했더라도 체납 횟수가 6회 미만이거나, 공단으로부터 분할납부 승인을 받고 그 승인된 보험료를 1회 이상 내면 보험급여를 실시하지만, 이주민 가입자가 보험료를 체납한 경우, 체납한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가 중단된다.

6) 가족의 피부양자 또는 세대원 등록 요건 강화

이주민 건강보험 가입자가 가족을 직장가입 피부양자 또는 지역가입 동일 세대원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때 해당 서류는 9개월 이내에 발급되어 본국 외교부나 아포스티유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거나 건강보험공단이 인정한 기관에서 3개월 이내에 발급‧확인한 것이어야 한다.

한편, 내국인 지역가입자는 동일 세대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가족을 하나의 가계로 인정해 보험료가 산정되지만, 이주민의 경우 원칙적으로 개인을 각각 하나의 세대로 보고 보험료가 산정된다. 다만, 세대주 본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세대주의 배우자와 만19세 미만의 자녀까지 하나의 세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이대로는 곤란하다

최근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건강보험제도 개정 후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되고 있는 이주아동들의 건강보험료가 월 3,930원에서 월 113,050원으로 인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건복지부가 내국인과 동일한 지역보험료 부과기준을 적용하는 체류자격에서 방문동거(F-1)를 제외한다고 했을 때부터, 그로인해 고액의 보험료가 부과될 시설보호 이주아동들이 존재한다고 문제제기를 해왔기에 혹시나 아동들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까 했던 기대가 여지없이 꺾인 것이다.

거주(F-2) 비자로 체류하는 난민 인정자 가족들이 작년에 비해 두세 배 오른 보험료 고지서를 받았다거나,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마련하지 못해 배우자나 자녀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나 세대원으로 등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들려온다. 부모, 자녀와 함께 3대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동포들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이 지역가입 동일 세대로 인정받게 되면서 월 33만원이 넘는 돈을 건강보험료로 내게 생겼다고 한다.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개정으로 오히려 이주민의 지역가입은 까다로워지고 보험료는 높아졌다. 오는 7월부터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이주민들은 체류자격 유지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당하고 차별적인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이주민 건강보험제도의 개정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이주민 의료보장 차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례를 모으고 재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