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해 이주아동 보호에 난색 표한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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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와 인권연구소는 2017년 9월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재단법인 동천과 함께 학대피해 이주아동에게 안정적인 보호와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관련 정부 부처에 권고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전달했다. 부모로부터 유기, 방임, 학대를 당하고도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보호는 받고 있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학대 가해자인 부모와 분리된 후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이주아동들에 대한 사례를 접하면서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연구소를 비롯한 이주인권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2018년 1월 <학대피해 이주아동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법무부 장관에게는 학대피해 이주아동이 아동학대 범죄 피해자로서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피해 회복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또는 보호조치의 실효적 이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아동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거나 체류기간을 연장할 것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학대피해 이주아동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의무화하도록 「아동분야 사업안내」를 개정하고, 아동복지시설이 정당한 사유 없이 학대피해 이주아동에 대한 아동복지시설 입소를 거부할 수 없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며, 학대피해 이주아동을 보호하는 아동복지시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3개월 뒤인 2018년 4월, 법무부는 필요한 경우 학대피해 이주아동이 체류자격을 부여받거나 체류기간을 연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규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권고 수용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10개월여를 침묵하다가 지난 11월이 되어서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일부는 이미 이행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사실상의 권고 불수용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는 학대피해 이주아동의 보호와 지원 필요성에 대한 몰이해와 무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침과 현실의 괴리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대한 회신에서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아동분야 사업안내」 지침에 학대피해 이주아동에 대해 적절한 보호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며, 이미 첫 번째 권고를 이행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2018년 새롭게 아동분야 사업안내 지침을 발표하면서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2조 및 제9조에 따라 보호조치가 필요한 무국적 및 외국국적, 불법체류, 출생신고 미등록, 무연고 상태인 피해아동에 대하여 아동복지법 시행령 제15조부터 제17조까지에 의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전 지침에서 사용된 “적절한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이라는 문구를 “적절한 보호조치 실시”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는 단순히 지침을 개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적절한 보호조치를 의무화하라는 것이었다. 현장에서는 지침 개정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학대피해 이주아동이 절차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2018년 12월, 경기도 ○○시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한 채 친모에게 방임, 학대를 당하고 있는 8세 이주아동의 사건이 경찰에 접수되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보건복지부의 지침대로라면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러한 아동학대 사실을 발견한 경우, 피해아동이 학대 가해자인 부모로부터 격리되어 보호될 수 있도록 관할 시·군·구에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를 의뢰해야 하고, 관할 시·군·구는 관내에 피해아동이 입소 가능한 아동복지시설을 파악하고 연계하여 피해아동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쉼터 등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아동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경찰은 법률과 지침에 따른 보호조치 절차를 따르는 대신 △△시에 있는 이주민 지원단체에 피해아동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문의했다. 해당 이주민 지원단체는 경찰에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시에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를 의뢰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후 확인 결과 ○○시 역시 피해아동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적합한 시설을 찾을 수 없다며 보호의 책임을 사실상 방기했다. 결국 피해아동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연계로 한 종교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미인가 시설에 입소하게 되었지만, 그 시설은 학대피해 아동을 위한 쉼터가 아닌 미혼모와 그 자녀들을 위한 그룹홈으로 단신의 아동에게 적절한 환경은 아니었다. 학대 피해아동 보호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시‧군‧구 어느 곳도 피해 이주아동에게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는 것을 의무로 여기지 않았던 것은 물론,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비단 이 사례에서만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다양한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이주아동과 보호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보건복지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학대피해 이주아동의 입소를 거부하는 아동복지시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마련하라는 인권위의 두 번째 권고에 대해, 실질적 효과도 없고 실효성도 부재하다는 이유를 들며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이주아동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며, 출입국 관리법 제46조 위반으로 강제퇴거 전에 일시 보호되는 자의 아동”이라고 정의했다. 그렇기에 이들에 대한 보호 방식은 부모가 추방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호하면서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물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따라서 학대피해를 당했다고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일뿐더러 학대피해 이주아동의 복리 증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얼토당토않은 정의에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으로 학대피해 이주아동을 아동복지시설에 입소시키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부모로부터 학대‧방임을 당했거나 부모와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에 처한 이주아동은 다른 보호 방식이 필요한데, 이들에게는 기본적 생활을 위한 물질과 서비스 제공에 더해 대한민국에 정착하기에 필요한 한국어 습득, 한국문화 적응 프로그램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쯤 되면 출입국관리법 상의 보호(detention)와 아동복지법 상의 보호(protection)라는 용어를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어쨌든 그러면서 이러한 아동들은 아동복지시설 입소가 가능하지만, 인력과 인프라 부재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학대피해 이주아동의 입소를 부담스러워 하는 아동복지시설을 제재하기 위해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법률상 비례의 원칙 위반으로 법적 실효성도 확보할 수 없으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더니 이주아동의 실질적인 복리 증진과 보호체계 강화를 위해서는 담당 부처인 법무부와 여성가족부에서 관련 인프라와 인력 확충, 필요한 서비스 및 프로그램의 개발‧운영이 선결되어야 한다며 학대피해 아동의 보호라는 보건복지부의 역할을 타부서에 떠넘기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취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까지 들먹이며 이주아동도 국적, 체류자격 및 그 밖의 신분과 무관하게 아동학대 피해를 당한 경우 적절한 보호조치를 의무화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고 하고는, 이주아동은 추방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호하면 된다고 했다가, 이주아동에게는 대한민국 정착을 돕는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했다가, 이도 저도 소용없으니 다른 부처들이 고민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말에서 이주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원 없이는 보호도 없다

인권위의 세 번째 권고는 학대피해 이주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아동복지시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재 운영 중인 학대피해 아동쉼터들은 이미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으며, 쉼터 외 아동복지시설로 입소한 경우 재정 지원 문제는 신중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학대피해 아동쉼터가 턱없이 부족하고 특히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아동들의 경우 장기보호가 불가피해 기타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할 때, 학대피해 아동쉼터 뿐 아니라 학대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모든 시설에 지원이 제공되어야 마땅하다. 지원이 없으면 시설이 아동보호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및 보건복지부 지침은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과 부모로부터 격리보호가 필요한 학대피해 아동에 대해 생계, 교육, 의료 등의 급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주아동은 난민인정자가 아닌 이상 기초생활보장급여의 수급권자가 될 수 없어 대부분은 제도에 따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시설이 학대피해 이주아동의 입소를 거부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며 보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주아동들이 존재한다. 또 한편에서는 이주아동을 보호하고 있으면서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는 시설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신중하게 접근할 때가 아니라 신속하게 보호와 지원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