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자 고3 학생, 대학 합격하고도 입학의 길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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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난민신청 중 고교 과정을 마치고 국립대학 영문과 합격한 청소년에게 유학생 비자 발급 거부  
– 난민신청자 체류자격으로 취업은 할 수 있지만 학업은 할 수 없는 모순된 규정 때문에 그나마 있던 희망마저 꺾여

난민신청자인 라디아(21세, 가명)는 지난 1월 15일, 한국에 입국한 지 4년여 만에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부산에 있는 한 국립대학교로부터 영어영문학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합격 통보를 받은 라디아는 며칠 뒤 입학허가서를 받기 위해 학교에 찾아갔다가 입학 담당자로부터 외국인 학생이 학교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유학생 비자(D-2)를 받아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체류자격 변경을 문의하기 위해 부산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은 라디아에게 담당 공무원은 난민신청자 비자(G-1-5)로 체류하고 있는 사람은 국내에서 유학생 비자로 변경해줄 수 없다며 체류자격 변경 신청 접수를 거부했다. 출입국 측은 라디아에게 본국에 돌아가 한국 대사관에서 유학생 비자를 신청해 발급받은 뒤 다시 오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본국의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와 난민신청을 한 처지에 있는 라디아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난민신청자의 경우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아 취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라디아는, 유학생 비자를 받을 수 없다면 난민신청자 비자로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아 대학에 다닐 수는 없느냐고 물었지만, 이 역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라디아의 가족은 파키스탄 내 소수민족 출신으로 민족 간의 갈등과 정치적 박해의 위험을 피해 파키스탄을 떠나 2015년 2월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부산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인정신청을 했지만 난민불인정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난민불인정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난민신청자 체류자격(G-1-5)으로 체류 중이다.

비록 난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채 가족 모두 불안정한 상태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기는 했지만 라디아 부모의 교육열은 여느 부모 못지않았다. 특히 라디아는 한국에 입국하기 전까지 약 3년 간 학교에 다니지 못하다가 한국에 와서야 다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기에 누구보다 학교에 다니는 것을 소중히 생각했다.

처음 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라디아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으나 다문화 대안학교에서 1년 간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한 뒤 제법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과정을 밟는 동안에는 국어와 영어는 물론 제2외국어도 열심히 공부하며 통역사의 꿈을 키워왔다. 이런 3년 동안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로 대학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난민신청자는 국내에서 유학생으로 체류자격을 변경할 수 없고, 취업이 아닌 학업을 위한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는 불가능하다는 출입국의 규정 앞에서 라디아의 대학생활에 대한 꿈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2018년 3월, 법무부는 난민신청자와 마찬가지로 G-1 비자로 체류하는 인도적체류허가자가 유학생 비자로 변경하지 않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외국인유학생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 지침’을 변경했다. 그러나 여전히 난민신청자에게는 이러한 길이 열려있지 않다.

정부는 2018년 외국인정책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118억이 넘는 예산을 “유학생 유치 확대 및 출신국 다변화” 과제에 배정했다. 라디아는 이 예산의 도움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스스로 공부를 해서 유학생의 자격을 얻었다.

라디아가 합격한 대학의 신입생 등록 마감은 오는 2월 28일까지이다. 출입국 측이 라디아의 처지를 전향적으로 고려해주지 않는다면, 2월 28일은 라디아의 꿈이 꺾이는 날이 되고 말 것이다.

※ 이주와 인권연구소가 2019년 1월 30일에 배포한 위의 보도자료가 언론에 기사화 된 이후, 부산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라디아가 G-1-5 비자로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허용했다.